“에게, 그것밖에 안 돼?”
독도는 작은 섬이다. 주소는 울릉군 울릉읍 산1-37번지, 면적이 187.453 제곱미터에 불과하다. 평으로 환산하면 56.7평 정도 된다. 생각보다 작다. 땅값은? 2015년 기준으로 42억 7,302원이다. 서민들에게는 큰 돈이지만 소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부담되는 돈이 아니다. “그 작은 땅을 가지고 그렇게 난리란 말야?”하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EEZ를 알아야 독도가 보인다
섬만 놓고 보면 작지만 섬에 딸린 영토가 크다. 바로 해양 영토다. 이른바 EEZ다. EEZ(배타적 경제수역)는 땅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200해리(370.4킬로미터)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국제 해양법상의 개념이다. 유엔이 정한 국제적인 룰이다.
연안국이 누리는 권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의 세 가지다.
1)해저 및 그 밑의 생물과 비생물의 천연자원을 탐사ㆍ개발ㆍ보존ㆍ관리하기 위한 주권적 권리 및 해수ㆍ해류ㆍ바람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등 수역의 경제적 탐사와 개발을 위한 다른 활동에 관한 주권적 권리 2)인공 섬, 설비 및 구축물의 설치와 이용, 해양의 과학적 조사, 해양환경의 보호와 보전에 대하여 해양법조약에서 정한 관할권 3)해양법조약에서 정한 기타의 권리를 갖는다.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EZ 내에서 어선이 조업을 하려면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위반할 경우 나포와 처벌이 가능한 점에서 영토나 다름없다(다만 항해는 가능하다).

대표적 해저자원 하이드레이트, 해양심층수
독도와 인근의 바다에는 어자원을 비롯해 다양한 미래자원이 존재한다. 독도에 어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회유성 어족이 몰린다. 황금어장으로 통하는 이유다. 해양 자원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하이드레이트=천연가스가 저온ㆍ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고체 에너지원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청정에너지원이다. 미국, 일본은 1970년대부터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과 기술 축적에 노력해왔다. 2020년 전까지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7년 경상대 화학과 백우현 교수는 러시아과학원소속 무기화학 연구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독도 근해에 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사실을 사전에 파악한 일본이 독도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2) 해양심층수=해양심층수는 수심 200미터 이하의,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바닷물이다. 이 심층수는 미네랄이 풍부해 항암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독도에 해양심층수가 풍부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 중요한 점은 하이드레이트와 해양심층수 외에 또 다른 어떤 자원이 묻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밖으로 드러난 땅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어마어마한 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7광구,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 매장량의 10배지만...
2015년 광복절 아침, 주요 뉴스가 발표됐다. 바로 ‘대륙붕 제7광구’와 관련된 기사였다.
이 지역은 제주도 남쪽바다에서 일본 오키나와 해구 직전까지 이어진 대륙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1월 영유권을 선포하면서 한국 영토에 편입됐다. 이에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경제원조 중단’ 카드까지 꺼내들자 하는 수 없이 7광구의 이름을 ‘한일공동개발구역’으로 바꾸고 공동개발협정을 통해 ‘개발을 양국이 같이 해야 한다’는 합의를 봤다.
일본은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탐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기술력이 부족한 데다 협정에 발이 묶인 한국은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협정이 만료되는 2028년 이후다. 협정 만료되면 7광구가 일본 영토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7광구에 대한 영토권을 선포할 즈음에는 영유권의 기준이 대륙붕이 시작된 나라에 귀속된다는 ‘자연연장설’이 우세했지만, 1985년 리비아-몰타 대륙붕 분쟁 사건이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준으로 영유권을 정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탐사를 중단한 시기(1986년)와 맞물린다. 즉, 협정 만료 후 “7광구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 거의 확실하다.
일본이 노리고 있는 7광구의 자원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우드로윌슨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7광구 대륙붕 전체에 매장된 천연가스는 175조~210조입방피트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매장량의 10배나 되는엄청난 양이다.
최근에는 이런 사실을 파악한 중국까지 “7광구는 우리땅”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해저 자원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파악이 안 된 해저자원까지 생각한다면 바다 밑 세상은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33조 투자, 동해 해저 자원 개발에 나선 일본
7광부를 ‘묻어둔’ 일본은 본격적인 해저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6년 6월 15일 머니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일본은 EEZ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유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동해 석유 개발에 5년간 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본이 해저 자원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전쟁이 시작됐다.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이라서 실감이 덜하지만, 바다 역시 중요한 ‘영토’다. 그 밑에 묻힌 자원은 우리 세대와 후손들이 먹고 살아갈 중요한 부의 원천이다.
요컨대, 독도는 작지만 독도가 품고 있는 바다와 그 아래의 자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기술이 개발될수록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과거에는 ‘바다로 나간’ 나라가 부국이 되었지만, 미래에는 ‘바다를 가진’ 나라가 강국이 될 것이다. 독도를 반드시 지켜야하는 중요한 이유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