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들의 관점에서 독도를 바라보고, 이를 기고문으로 작성해 고국 매체에 싣도록 하는 '2021 외국인 유학생 평화 기고단 독도 탐방'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내일신문과 독도재단이 주관, 국립국제교육원이 후원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비 장학생으로 한국에 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28개국 32명의 유학생들이 참여했다. 한국어로 토론과 글쓰기가 가능한지 꼼꼼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다.
지난 7월 30일 열린 사전 워크숍은 김택환 경기대 교수의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처와 갈등 해소를 위한 글로벌 독도 리포터의 역할' 강의와 남봉우 내일신문 주필의 기고문 작성 강의로 진행됐다. 동아시아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국제 분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청년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었던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험난한 여정 끝 '2021 외국인 유학생 평화 기고단'은 독도 땅을 밟는 데 성공했다. 1년 중 독도에 접안 가능한 날은 40여 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진 이의종

독도는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았다. 28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하는 '평화 기고단'의 독도 탐방 프로젝트는 태풍으로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17일 서울을 출발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두 차례 받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후에야 시작된 일정이다.

포항에 도착한 후에도 기상 악화가 이어지면서 울릉도로 출항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출항이 결정됐지만, 거센 풍랑에 배는 쉼 없이 흔들렸다. 후포항을 출발한 배는 결국 정상적인 소요 시간의 두 배인 5시간이 걸려서야 울릉도에 도착했다. 가나에서 온 아사포 아지 아자리아(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 학사)는 "태어나서 배를 처음 타봤다"며 온몸으로 겪은 뱃멀미를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독도 둘러싼 진실 자국에 알리려 참여 = 울릉도 입도는 성공했지만, 다음 날에도 하늘은 개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빗줄기와 함께 바람까지 거세지면서 울릉도를 오가는 모든 배의 출항이 전면 금지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인 독도 탐방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지가 워낙 높았기에 일정 연장이 결정됐다. 이들이 이토록 독도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온 마메도프 라힘(숭실대 국어국문학 박사)은 "한국인들에게 독도가 어떤 의미인지 제3자로서 바라보고 싶어 논문과 기사 등 여러 자료를 세밀하게 검토했다"며 "역시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자료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의 억지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않도록 독도를 방문한 경험을 우리나라와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 기고단이 독도 기고문을 완성하고 탈고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사진 이의종

울릉도에서의 일정은 독도박물관 방문으로 시작됐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논박할 수 있는 각종 역사적 사료를 비롯해 울릉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해 독도를 지켜왔다는 설명에 유학생들은 사전 자료 조사 때 접한 사실들을 좀 더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가리아에서 온 야나 니콜로바(중앙대 광고홍보학 학사)는 "기고문을 쓰면서 '실효적 지배'라는 단어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며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박물관에 와 여러 자료를 살펴보니 이제 의미가 와 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관점 접근 눈길 = 28개국 유학생들이 독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국적만큼이나 다양했다. 러시아에서 온 알렉산드라 비코바(연세대 한국학협동과정 석사)는 이미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도전했을 만큼 한국의 풍광에 푹 빠져있었다. '독도의 주인공이었던 강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를 주제로 기고문을 작성한 그는 독도를 둘러싼 분쟁을 생물다양성 관점에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똑. 똑똑. 똑똑똑.' 알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온 괭이갈매기 새끼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 글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들이 살아 숨 쉬는 독도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강치의 존재를 환기시켰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인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에 이른 강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적·지리적 요인 외에도 영유권의 근거로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땅의 생명체를 누가 제대로 보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에 위치한 쿠릴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의 주된 이유 중 하나도 바다사자를 포획하려는 일본의 욕망에 있다'는 부연은 설득력을 더했다. 비코바의 기고는 러시아의 환경 전문 매체에 이미 게재가 확정된 상태다.

◆기고 제안하자마자 실시간 실리기도 = 울릉도에 입도한 지 3일째 되던 날, 파랗게 갠 하늘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 기고단을 실은 배는 순조롭게 독도로 향했다. 이미 한 차례 뱃멀미를 심하게 겪어본 데다 독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결 편안해진 표정들이다.

조지아공화국에서 온 비비야쉬빌리 탐타가 자국 매체에 기고를 제안하자마자 바로 웹에 실리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차창 너머로 드디어 독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년 중 독도에 접안 가능한 날은 40여 일 정도라고 한다. 독도에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하지만,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독도를 두 발로 디딜 수 있다는 것은 유학생들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기고문에 실을 독도 사진을 제각각 카메라에 담은 평화 기고단은 독도경비대의 거수경례에 화답하며 다시 울릉도로 향했다.

험난한 여정 끝, 독도를 눈에 담는 데 성공한 평화 기고단은 각자 정리해왔던 기고문을 마무리했다. 이제 자국 매체에 독도를 주제로 한 기고를 제안하는 일이 남았다. 조지아공화국에서 온 비비야쉬빌리 탐타(한양대 한국어교육-한국학 석사)가 '독도로 하나 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을 주제로 쓴 기고문 게재를 자국 매체에 제안하자마자 바로 웹에 실리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조지아공화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리적 요건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국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가 있다. 러시아와 여전히 영토분쟁을 겪고 있기도 하다"며 "조지아공화국에서는 2012년부터 독도재단과 조지아한인회가 공동 주최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독도 한국 영화제'가 매해 열린다. 독도가 조지아와 한국을 이어준 것처럼 세계 여러 나라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기고문에 담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브라질의 트렌디 포유와 몽골의 몽골여성과학기술네트워크에도 기고문이 게재됐고, 영국의 맨체스터 타임스, 대만의 청년일보, 브라질의 엠바이샤다 다 꼬레이아 노 브라질, 가나의 더 헤럴드, 포르투갈의 디아리오 데 노티시아스 등 28개국 87개 매체에 기고를 제안한 상태다.

해단식을 끝으로 평화 기고단의 독도 탐방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학생들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 추구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인으로 성장하는 데 독도에서의 기억이 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