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 언론보도 > 윤병세 '자기과신 외교' 독도로 불똥

◆한일 정부, 상호항의 충돌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7일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그런 입장에 비춰봐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경기도의회의 움직임에 대한)그런 보도를 보고 (한국측에) 즉각 강하게 항의했다"면서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추어 수용할 수 없도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기시다 외무상의 망언이 나오자 즉각 대응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또다시 부당한 주장을 한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고,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오후에 주한 일본대사관 스즈키 히데오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17일 하룻 동안 위안부합의와 관련된 소녀상 설치 문제로 충돌했던 한일 양국이 독도 문제로 공방전을 펼치며 공세를 주고받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외교부는 강경대응에 나서면서도 일본측 발언의 경위와 진위를 따져보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한 당국자는 "소녀상 문제를 잘 마무리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일본 외무상이 그런 발언을 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윤 장관 시각으론 수습 어려워" = 외교가에서는 윤 장관이 국내 위안부 피해자들과 여론의 이해를 구하려는 모습보다는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을 근거로 "가장 잘 된 합의"라고 버티는 자세를 보이는 게 사태를 키운 원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과거 한일관계를 모두 살펴보면 12·28 합의에서 받아낸 것 이상으로 받아낸 적이 있었나"라며 "주어진 제약 하에서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느 정도 위로해 드리고 상처를 치유한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말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윤 장관의 이런 시각과 태도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주한대사 본국소환 등 강공을 펼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지를 되레 살려주고, 국내 반발을 키워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 움직임까지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합의내용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비판이 크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피해당사자들과 국내 여론에 이해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윤 장관의 국회 발언 같은 시각과 태도로는 문제수습이 어렵다"면서 "정부가 겸허하고 솔직하게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윤 장관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현재의 접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정부가 나름의 노력을 했다하더라도 피해자들의 한과 응어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자세를 낮춰 이해를 구하는 접근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외무상 등의 독도망언이 소녀상을 둘러싼 양국 갈등을 영토 분쟁 등으로 더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