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외치는 사이, 일본은 계획에 따른 왜곡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일본 모든 사회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수록했다."

서울 한 고교 교장은 한국 정부의 독도 교육과 대응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올해 3월 초중고 모든 역사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구체적인 독도 영토교육을 의무화시켰다.

해경 헬기에서 찍은 동도와 서도. 독도(獨島)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 속한 대한민국의 섬이다. 동도와 서도를 포함한 총 9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 남준기 기자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와 교육부는 '엄중경고' '규탄' '항의' 등 구호 수준의 성명서 발표에 머물렀다. '조용한 외교'의 영향이라는 게 역사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학생 중심의 체험형 독도 교육을 하겠다며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 중심보다 어른 중심의 시설물 설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독도 관련 행사 및 대응은 산하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진행한다. 초중고 대상 독도 교육을 확대하고, 사이버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하지만 1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충남 한 고교 역사담당 교사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도 영유권 등 일본 정부의 식민사관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독도 교육의 원년이었던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은 점점 더 심해졌지만, 한국은 독도 관련 전시나 이벤트성 교육만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도 교육, 10년째 제자리걸음 =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은 12일 독도체험관 홍보 보도자료를 내고 독도 체험관 구축 홍보에 나섰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주관하는 독도 체험관 구축은 2012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서울 서대문에 설치한 독도 체험관을 시작으로 전국 14개 지역(학교 및 교육청)에 구축을 마쳤다.

올해는 강원도(원주, 10월 개관 예정)에 신규로 구축하고, 내년에 부산과 전북에 설치하면 17개 시도에 독도 체험관 구축이 완료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설치된 독도 체험관 중 6개 시설에 대해서는 교육 자료(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한 체험관 개선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정부, 항의와 규탄 성명만 반복 = 문제는 학생들이 체험관 같은 시설물에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다. 김진호(가명. 세종시 고2)군은 "독도 체험관을 설치했을 때만 호기심에 한두번 들여다보지만 대부분 관심이 떨어진다"며 "독도 교육이 지속가능하려면 수능이나 대입 관련 시험, 평가에 넣어 일본처럼 의무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영토 전문가들은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은 외교적인 주장을 넘어 교육 정책 면에서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독도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활동으로 진행되거나,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실질적인 고등학교 독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용 도서 검정 조사심의회는 '2022년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리교과서 6종과 공공교과서 12종 모두가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이고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총 12종에 달하는 역사 종합 교과서에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수록했다.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해 역사를 기술한 중학교 교과서도 심의를 통과했다.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역사총합 교과서는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진출'로 표기했고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학교에 이어 고교 사회과 교과서에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이 기술돼 초중고생 모두 왜곡된 독도 영토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적극적인 교육 필요 = 이날 외교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을 불러 항의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와 규탄' 내용의 보도자료를 읽었다. 교육부도 발끈하며 일본 교과서 왜곡에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한일관계 복원을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 교과서 왜곡이 한일관계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부는 독도를 비롯한 중국의 역사왜곡 등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12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역사 전문가들은 관례적인 항의와 규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에 따라 한국 영토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교과서)와 대국민 홍보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연대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주도 독도·평화교육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겼다.

'독도 강치,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다'라는 디지털콘텐츠는 게임기반 학습 형태로 독도의 인물, 지리와 영토, 침탈, 역사, 생태와 자원, 문화와 예술 등 관심 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용자 속도와 수준에 맞는 개별 체험이 가능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 영등포구 중학교 최 모 교장은 "그릇된 역사관을 담은 교과서로 학습한 일본 청소년들은 왜곡된 역사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성장할 것"이라며 "조용한 외교가 한국 청소년들에게 결코 진실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탄 목소리만 내고 구체적 실행력은 부실한 한국정부와 관련 기관의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